2020년에 취득한 것으로 기억하는 WSET 레벨 3을 배우는 과정과 최고 등급으로 합격한 후기를 남겨본다. 지금까지 했던 소믈리에 관련 자격시험 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으로 생각된다. 공부의 양도 많고 주관식 문제도 많고 시음 시험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졌다. 그래서 사전에 공부 자체도 많이 했고 복습도 최소 두 번은 했던 기억이다. 지도는 아주 달달 외울 정도였다. 그래도 완벽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시음이 더 신경 쓰이는데 수업 때 강사님이 잡아주는 기준에 내 미각을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고 수업이 끝난 뒤에 시험까지 기간이 길기 때문에 잊어버리기 쉬워서 어려웠다. 시험을 보기 전에 복습 겸 시음 수업이 한 번 있었어서 회사 끝나고 부리나케 달려갔던 기억이 있다. 이제 수강 내용과 공부 방법 그리고 시험 후기까지 야무지게 적어본다.
시험이 없다면 즐거운 수업
구세계의 대표적인 나라들과 신세계의 대표적인 나라들 거기에다가 헝가리나 그리스 같은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와인 생산국까지 모두 배우고 하나씩 알아보고 또 마셔도 보는 이 수업은 아주 귀하고 즐거운 수업이다. 개인적으로 수업은 몇 번 들어도 좋을 정도로 알찬 내용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 이제 이 수업을 듣고 시험을 봐야 한다는 점이 괴로움을 안겨주지만 말이다. 기본적으로 수업은 해당 지역의 지형과 토양 그리고 기후적 특징이 나온다. 그리고 그에 걸맞은 독특한 품종이 나오고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와인의 스타일까지 심플한 흐름으로 이어진다. 뭐 추가적으로 본다면 가벼운 역사적인 부분이 더해지는 정도이다. 이렇게 보면 쉬워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지역이 국가만 봐도 미국, 칠레, 아르헨티나,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이탈리아, 그리스, 헝가리, 오스트리아, 남아공, 호주, 뉴질랜드가 있고 각 국가마다 적게는 5개 내외에서 많게는 수십 개가 존재한다는 점이 이 시험의 난이도를 높인다. 그리고 여기서 등장하는 지역의 이름과 산과 강의 이름부터 포도 품종과 와인의 이름까지 좋게 말하면 숙지이고 나쁘게 말하면 암기해야 한다는 점이 난이도를 더 높인다. 익숙한 우리말이 아니라 각 나라의 언어로 쓰여있는 품종과 지역 그리고 와인은 공부하는 사람의 외국어 역량을 끌어올린다.
그리고 시음으로 들어가 보면 여기도 쉽지가 않다. 그냥 즐기기 위해서 마시는 것은 당연히 즐겁겠지만 와인의 품질과 스타일을 파악하기 위해서 마시는 것은 처음에는 엄청난 집중력이 사용된다. 물론 정확한 시음을 위해서는 다시 뱉어야 하며 그렇게 한다면 술에 취하는 속도가 매우 느려지긴 하지만 그래도 취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아까워서 그냥 다 마셨는데 워낙 집중을 하다 보니 다 합치면 양이 꽤 되었음에도 수업에서 마신 것으로 취한 적은 없었다. 외관에서 색의 종류와 깊이감을 보고 마시면서 달콤함, 산미, 바디감, 알코올의 강도, 풍미, 여운, 탄닌까지 판단을 하며 주요하게 느껴지는 과일 풍미가 어떠하며 특별하게 느껴지는 풍미는 또 어떠한지 확인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판단을 강사님의 판단과 비교하면서 시험에서 요구하는 표준화된 입맛과 맞춰가는 것이다. 결국 강사님이 계셔야 시험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알게 되기 때문에 자습을 할 수 없다는 압박감에 이론 수업보다 더 집중을 하고 수업을 들었다.
무식하지만 효율적인 공부 방법
내가 선택한 공부법은 누가 보면 무식한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나의 대학교 시절부터 정착된 유구한 전통을 가진 공부 방법이다. 이 공부법으로 4.5 만점에 4점을 맞췄으니 나름 훌륭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단점으로는 시간이 조금 많이 든다는 것인데 시간이 적게 들고 효과가 좋은 게 최상이겠지만 시간이 들어도 효과는 좋으니 상급 공부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별한 비법은 아닌데 바로 교과서나 교육 자료를 정리해서 요약 노트를 만드는 것이다. 이게 시간은 상당히 많이 걸리는데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이해해야지 요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한 번 전체적인 이해를 할 수 있고 다음에 복습을 할 때도 짧은 시간에 많은 범위를 훑어볼 수 있다. 텍스트로 나오는 이론은 그렇게 완성하고 또 알아봐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지도이다. 와인에서는 각 지역의 위치와 주변에 있는 여러 산과 강들이 중요하고 그 관계성을 아는 것 또한 핵심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위치를 숙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A4 용지를 많이 준비하고 각 나라의 지도를 그려가면서 공부했다. 기본적으로 손으로 쓰는 것이 더 심도 있는 경험이 되고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해서 이후에도 그런 방식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주말은 시간을 많이 투자했고 평일에도 퇴근하면 카페에 가서 공부를 했었다. 공부범위의 압박이 있어서 출장을 갔을 때도 들고 가서 공부를 했던 기억이 있다. 또 그 시즌에 파견을 나갔었는데 파견지에서 퇴근을 하고 숙소로 돌아오면 근처에 늦게까지 하는 카페로 공부거리를 들고 가서 열심히 했었던 기억이 난다. 시음은 거의 공부하지 않았고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시험 직전에 열리는 마무리 요점 정리 및 시음 강의를 한 번 들었었다. 그렇게 약 두 달 정도 공부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강의가 끝나면서 시험을 신청하면 시험기간까지 한두 달의 기간이 있었다. 주관식까지 열심히 준비를 하고 대망의 시험날이 다가왔다.
시험의 짜릿함과 후기
시험 당일 아침 일찍 시험장인 와인비전 근처로 이동해서 일찍 여는 카페로 가서 복습을 했다. 가벼운 식사도 하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 다음에 와인비전에 들어섰다. 안에는 나처럼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1층에 있는 마이 시크릿 셀라에서 공부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그 무리에 끼어서 마지막까지 열심히 복습을 했다. 시험장에 들어가서 시험을 기다리는데 시험장 내부에 긴장감이 흘렀다. 그도 그럴 것이 합격률이 50% 전후라는 이야기가 있다 보니 내 옆사람이 떨어지는 것 아니면 내가 떨어진다는 말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레벨 2는 시험 보고 검토 2번 더 하고 나와도 시간이 남았는데 레벨 3는 과연 그 명성에 부합했다. 객관식의 난이도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일단 주관식에서 시간 압박이 조금 왔다. 부분점수라도 받기 위해서 최대한 가지고 있는 지식수준에서 합리적인 해답을 도출하려고 하니 시간이 모자랐다. 필기량이 많아지고 손에 땀도 나면서 상당히 피로도가 높았다. 그래도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모든 문항을 개인적으로 만족할 수준으로 답을 적어냈다. 그리고 시음 테스트가 이어졌는데 시음은 2 종류의 와인이 나오며 레드일지 화이트일지 스파클링일지 주정강화일지 스위트일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하는데 보통은 레드와 화이트 와인이 한 종류씩 나오는 것 같다. 시험을 1번 봤으니 모를 만도 한데 내가 볼 때에는 레드 1종류 화이트 1종류가 나왔다. 시음 시험의 팁은 중도를 지키는 것이 좋다. 일단 품질 수준은 좋음 이하는 거의 안 나온다고 보고 산도도 낮은 산도는 없으며 보통 산도도 드물다고 한다. 풍미 같은 경우는 화이트는 레몬, 라임, 청사과 중심의 가벼운 화이트와 복숭아, 열대과일 등까지 나오는 무거운 화이트를 구분하고 유산발효나 효모 접촉 같은 개념들을 찾아낼 수 있다면 충분할 듯싶다. 레드와인 또한 붉은 과일과 검은 과일을 구분하고 산도와 탄닌이 높은지 적당한지만 구분이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 정해진 부분이 있어서 아주 어렵지는 않다. 그리고 모든 칸을 잘 채워서 점수표에 만족하는 답안만 작성하면 최소한 합격은 가능하고 어느 정도 구분을 했다면 최고 등급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시험을 보고 나서 몇 달 지나고 합격 통보를 받았고 이론과 시음 모두 최고 등급으로 레벨 3을 취득했다. 또 그 이후로 이어지는 이탈리아 와인 전문가 과정인 IWS 수강 후기가 있는데 다음에 이어서 말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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